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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자유는 언론·출판의 자유, 사상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출판물에 대한 검열, 사상과 지식의 유통을 제한하는 외부의 개입이나 물리적 제약에 저항하는 개념을 말합니다. 1999년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 채택한 「도서관과 지적 자유에 관한 선언」에서는 인간의 ‘알 권리'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위한 기본 조건이며,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정보접근의 자유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지적 자유에 헌신하는 것이 도서관과 정보 전문직의 책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도서관법 제1조에서도 국민의 정보 접근권과 알권리를 보장하는 도서관의 사회적 책임과 그 역할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도서관이 이용자가 제한을 받지 않고 자료에 접근하는 권리와 도서관에서 자료선정 등 전반적인 활동에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을 받지 않는 자율성을 갖는 것이 도서관의 근본적인 기능임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도서관의 지적 자유에 대한 책무가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게 된 것은 1939년 미국도서관협회(ALA)에서 발표한 “도서관 권리선언”(Library Bill of Right)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1930년대 대공황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 속에서 진보세력의 변혁논리가 확산되어가면서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이념 대립 시기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존스타인백의 소설 <분노의 포도>가 30년대 공황기 미국사회의 혁신주의 노동운동의 실상을 묘사했다는 이유로 보수적인 도서관에서 선정을 거부하는 등 연이어 검열논란이 이자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이를 명백한 검열행위로 간주하고 도서관 자료 선정에 있어서 정치 이념적 의도를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는 기본 입장 표명하게 됩니다.
1939년 ALA는 "도서관 권리선언"을 채택함으로써 정치적 의도에 의한 검열 현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도서관계의 공식입장으로 확인한 최초의 선언을 합니다. 도서관 권리선언은 초기 이용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3개의 조항에서 이후 지속적인 수정 보완을 거쳐 1980년 6개의 조항으로 늘어났습니다. 도서관 권리선언에는 첫째, 지역사회 모든 주민들을 위한 자료가 서비스 되어야 하며 창작자의 출신, 배경, 견해를 이유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다양한 견해를 나타내는 정보를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한다, 셋째, 검열을 거부해야 한다. 넷째, 지적자유권을 저해하는 일에 저항하는 모든 개인과 단체와 협력해야 한다, 다섯째, 어떠한 차별 없이 누구나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차별 없이 도서관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80년 이후에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새롭게 추가되는 항목을 채택하는 방식으로 본문에 대한 해설을 추가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26개 항목의 해설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ALA에서는 지적자유 보장 활동에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지적자유 사무국”(OFI: Office for Intellectual Freedom)을 설치하여 사서들에게 지적자유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지적자유와 관련한 각종 간행물을 출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OFI에서는 도서관 자료에 대한 이용접근과 지적자유 보호 문제, 도서관 권리 선언의 이념과 지향, 독서권 보장 문제, 미국도서관협회 활동 등을 다룬 지적자유 매뉴얼(Intellectual Freedom Manual)을 지속적으로 발간하여 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의 지적자유를 침해하는 조치에 대한 법적 대응도 OFI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입니다. 911 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가 도서관에서 미국의 지리정보를 수록한 CD-ROM을 폐기하도록 요청하였으나 OFI가 주도적으로 나서 법적 대응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여전히 금서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OFI에서는 매년 사서, 교사, 학부형들이 중심이 되어 해마다 공격받는 책과 저자 목록을 작성하여 발표하고 상징적으로 매년 9월 ‘금서 주간’을 정하여 금서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3년 전부터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 주관으로 금서읽기 주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독서권 선언, 청소년의 도서관 접근권 원칙, 인터넷 필터링에 대한 입장 등 시기별 이슈를 중심으로 도서관의 지적자유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997년 한국도서관협회에서 도서관인 윤리선언을 제정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도서관의 지적자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도서관인 윤리선언에서는 도서관인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알권리 실현에 기여해야 하며, 지식자원을 선택함에 있어 일체의 편견이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한 한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민의 알권리와 정보접근권을 수호하기 위한 도서관의 역할은 매우 미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오랜 시간 군부독재시대를 거치면서 주로 정치적인 이유로 도서에 대한 엄격한 검열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2000년 이후에 들어서도 2004년 <김정일의 통일전략>이란 책이 특수자료 취급지침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도서관에서 파기하라는 지침이 내려지는가 하면, 2008년에는 국방부에서 불온서적 목록을 발표하여 논란이 된바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지난 2015년에도 한 보수단체가 좌편향 도서 12권을 발표하고 이를 문체부와 경기도 교육청에서 학교와 산하도서관에 폐기 여부를 검토하라는 공문을 시달하여 실제로 폐기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올해 당선된 신임 한국도서관협회장은 공약에서 도서관계가 그간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사안에 대해 협회가 침묵으로 일관한 것을 비판하며 도서관과 사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지를 표방하였습니다. 신임 협회장 취임이후 지난 7월, 한국도서관협회에서는 국제적으로 도서관활동의 기본규범으로 널리 보급되고 있는 도서관의 자유와 검열반대의 지적자유 원리를 우리 도서관 활동의 기본철학으로 내세우고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검열과 반사회적 사건에 대응하고자 지적자유위원회 발족하였습니다. 향후 도서관서비스에 동원되는 각종 정보자원에 대한 검열과 필터링, 별치 및 삭제 요구, 이용자 정보, 공간사용 등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다양한 외부적 구속과 개입 및 강요 등에 대한 도서관협회 차원의 조직적이고 전문적인 대응능력을 구축하고 도서관 활동을 저해하는 차별이나 검열에 대한 기초적 실태조사와 실무지침서로서 ALA 지적자유메뉴얼 번역 활동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수십 년간 축적된 ALA의 역할을 단기간에 따라가긴 어렵겠지만 이러한 관심과 시도들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도서관 환경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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