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타이틀

공공도서관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요? 과거에는 학생과 수험생이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만, 점점 사회 구성원의 시민의식이 높아져 감에 따라 도서관도 변화해 가고 있습니다. 도서관은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향유할 수는 곳,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 우리 사회의 기억을 보존하는 곳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제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공공도서관은 풀뿌리 민주주의 플랫폼으로서 매우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공론의 장’, 사회적 책임과 공공선을 실현하는 중요한 사회적 장치로서 가치가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도서관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극복해야할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난 1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이와 관련한 의미 있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국민주권시대의 공공도서관 정책을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전국 도서관 사서와 연구자, 시민들이 모여 도서관의 가치와 역할을 재조명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도서관 정책과 기준 마련을 위한 열띤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토론회는 김민기 국회의원과 유은혜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서울시공공도서관협의회와 경기도사서협의회가 주관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서울시공공도서관협의회와 경기도사서협의회에서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공공도서관을 둘러싼 제반 환경을 개선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습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해문집 김흥식 대표는 “국민주권시대 공공도서관의 역할”이란 제목으로 시민의 입장에서 도서관과 사서의 가치를 이야기 하고 우리사회에 ‘창조하는 가시적 공간’으로서 미래를 위한 문명을 수집·보존하고, 시민들의 평생학습 보장과 시민들의 각성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서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속에서 “사서는 책이나 봐야 한다”, 즉 전문성을 바탕으로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고, 도서관평가를 통해 잘한 도서관만 시상할 것이 아니라 못한 도서관을 지원하여 같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청중의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두 번째 발표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으로 계시는 김유승 교수가 맡아주셨습니다. 김유승 교수는 도서관이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나 지금까지 사서들이 과연 그 역할을 자각하고 노력해 왔는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나라 주요 도서관 정책 수립과 추진 주체인 도서관정책위원회, 도서관정책기획단, 한국도서관협회가 가진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혁신 과제로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에 의결권을 부여하고 독립 기관으로의 재편, 위원회 실무 담당 책임자 외부 개방형 전문가 영입,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인사로 위원회 구성 혁신, 한국도서관협회의 재정독립과 회장 및 임원 선출 거버넌스 구조개선을 제시했습니다.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김기영 교수는 “풀뿌리 민주주의 플랫폼, 공공도서관”이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공공도서관의 태동과 전개 과정 속에서 그 역할과 목적을 환기 시키고, 지방 분권 사회에서 협치를 위한 공간과 정보를 제공하는 지역사회 플랫폼으로서 공공도서관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 개선 방향으로 도서관 운영평가 제도의 개선, 지자체 단위의 의결권을 가진 도서관 운영위원회 운영, 개별 공공도서관 지원을 위한 공공도서관 지원 사업 추진 등을 제안하였습니다.

마지막 발표는 광진정보도서관 오지은 관장이 각종 통계 데이터를 근거로 공공도서관의 현황을 살펴보고 현장에서 생각하는 개선과제를 발표하였습니다. 도서관 수는 대폭 증가한 반면 사서 인력 충원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지역분석과 현장 중심의 의견수렴을 통한 사서배치 기준 개선, 공공도서관의 기형적 인력구조를 고착화 할 수 있는 획일적·졸속적 비정규직 정규직화 중단, 도서관법에 따른 공립공공도서관 사서직 관장임명 준수, 중앙집권적이고 획일적인 공공도서관 운영 평가 개선 등 공공도서관이 처한 네 가지 개선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이날 지정 토론자로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안찬수 사무처장, 한국도서관협회 공공도서관위원장 김홍렬 교수, 경기도사서협의회 윤명희 관장, 느티나무도서관 박영숙 관장,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 하부용 단장이 나서 민주사회에서 도서관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문제 개선을 위해 모든 주체가 공동의 노력의 기울이기로 했습니다.


4시간이 넘게 이어진 이날 토론회에는 행사를 공동주관한 김민기 국회의원이 끝까지 경청하며 국회에서 향후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제도 개선에 힘써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또한 한국도서관협회 이상복 회장도 그간 논란이 되어온 회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혀 참가자들의 갈채를 받았습니다.


하루 아침에 모든 상황이 개선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앞으로 점차 확산되어 간다면 분명히 우리 다음 세대의 아이들이 생각하는 공공도서관은 우리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정말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