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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 http://memory.library.kr/exhibits/show/e2

왕이 있는 수도 '경京' 수도 주변의 땅 '기畿'
고려 수도 개성 주변부터 조선 한양을 둘러싼 지역까지
지도로 보는 경기도 영역 천년 동안의 변천사
2018년은 ‘경기(京畿)’라는 이름이 붙여진지 천년이 되는 해이다.
지금 현재의 경기도라는 행정구역은 언제 어떻게 변화된 것일까?
과거의 기록을 찾아 경기천년 영역변천을 찾아보고자 한다.

경기京畿의 ‘경’은 왕이 있는 서울을, ‘기’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변의 땅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기도는 시대에 따라 수도를 중심으로 그 위치가 달라졌다. 경기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시대는 고려현종 1018년으로 개성이 수도였으므로 그 주위가 경기였고 1392년 조선이 건국하고 1394년 수도를 한양으로 옮기면서 경기의 위치도 변하게 되었다. 이 때 부터 경기도는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조선 건국과 함께 경기도 권역의 개편 작업이 이루어졌는데 수도가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한양에서 거리가 먼 개성 북쪽 지역 대부분은 황해도가 되고, 대신 양광도의 광주·수원·양근·용구·처인·이천 등이 새롭게 경기도에 속하게 되었다. 1398년(태조 7)에는 충청도의 진위가 편입되었고, 1402년(태종 2)에는 경기좌우도를 경기좌우도성이라 하였다. 1413년에는 다시 도성으로부터의 거리를 참작하여 일부지역을 황해도와 강원도로 이속시키고 충청도의 안성·양지 등과 강원도의 가평을 경기도에 포함시켰다. 세종 때에는 철원과 안협을 강원도로 옮기고, 충청도의 죽산을 경기도에 소속시키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여러 차례 조정을 거치며 조선의 수도인 한양을 중심으로 한강, 임진강 주변의 크고 작은 영역이 경기도를 형성하게 되었다. 지도 자료를 통해 경기도 모습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고려시대의 경기제와 여말 경기 좌.우도

경기도의 원형은 995년(고려 성종 14)에 10도제와 함께 시작된 적기제赤畿制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고려가 개경을 수도로 삼고 그 주변 지역을 적현赤縣과 기현畿縣으로 구분하여 관할하였던, 일종의 지방행정제도를 일컫는다. 적현에는 6개의 현이, 기현에는 7개의 현이 속해 있었다. 그러나 적기제는 시행 23년 만에 폐지된다.

현종은 1018년(현종 9)에 5도양계제를 실시하면서 수도권 개념을 ‘적기’에서 ‘경기’로 바꾼다. 즉 기존의 개경과 적·기현으로 구성됐던 수도권 지역에 기존 개경의 경중5부를 ‘京’으로, 기존 적·기현을 합쳐 ‘畿’로 구성하는 ‘경기제’가 실시되었다. 경기제의 행정체계는 1062년(문종 16) 다시 한번 바뀌는데, 이때 우봉현이 기현으로 새로 들어왔다.

『고려사』와 『세종실록지리지』, 왕조실록 등에 따르면, 경기지역은 1390년(공양왕 2)에 모두 44개의 읍이 경기좌도와 경기우도로 분할·편재되어 있었다. 대체로 옛 적현이 경기우도로, 기현이 경기좌도로 편입되어 좌·우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성 이북의 경기우도는 조선시대에 들어 황해도로, 그리고 경기좌도 북부지방의 이천·안협·철원은 강원도로 재편되었다. 도 경계는 처음 8도제가 확립된 시점, 즉 1413년 상황이다.


[그림1] 고려관내해양등도후위양광서해도도

8도제의 실시와 경기도의 탄생

고려 말까지 지속된 5도양계 체제는 1413년에 8도 체제로 재편된다. 경기도는 이듬해인 1414년에 경기좌도와 경기우도가 하나로 합쳐져 경기도가 되었다. 이로써 지방행정단위로서의 경기도가 그 명칭과 함께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되었다. 이러한 통폐합 과정은 태종과 세종 대에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며 세조 대에 이르러 거의 완료되었다.

문헌을 통해 전후 상황을 살펴보면 8도제가 시작되었다는 1413년 경기도는 한성과 개성을 제외하면 모두 46개의 군현으로 재편된 듯하다. 개국과 함께 수도가 한성으로 남하하면서 경기도는 기존의 충청도를, 기존의 충청도는 경상도를 잠식하는 양상을 띠었으며, 기존 경기좌·우도 중 북부지방에 위치한 군현들은 강원도와 황해도로 이속되었다.

1434년 이후 경기도의 영역은 현재까지도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림 2] 동람도 : 경기도<조선시대>

500여 년을 지속해온 8도제는 1895년 을미개혁 때 23부제로 대체되었다. 부·목·군·현으로 차등을 두었던 읍격도 모두 군으로 통일되었다. 8도제가 23부제로 개편되었음에도 군현 간 통폐합은 없었기 때문에 전국의 읍 수는 변화가 없었다. 기존의 경기도는 6개의 부로 나뉘어 편입되었다. 이 6개의 중심도시는 한성·인천·개성·충주·춘천·공주이다. 그 중 한성부 11읍과 인천부 12읍은 구 경기도 영역을 벗어나지 않았다. 양근과 지평이 춘천부로, 여주·용인·죽산·음죽·이천·양지 6군이 충주부로, 안성·진위·양성이 공주부로, 개성·풍덕·삭령·마전·장단이 개성부에 소속되어 기존 강원도·충청도·황해도 일부 지역과 더불어 하나의 행정권역을 구성하였다.

23부제가 시행된 이듬해에 다시 전국적인 행정구역 개편이 있었다. 요체는 23부제를 다시 해체하여 13도제로 바꾼 것이다. 그런데 이 13도제는 경기·강원·황해도를 제외한 함경·평안·충청·전라·경상 다섯개 도를 남도와 북도로 나눈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8도제로 환원한 것과 다르지 않다. 오늘날 한국의 지방행정구역은 1430년대에 8도제가 지역적으로 완전히 정립·고착화된 이후 약 600여 년 이상 그 근간이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과 경기도

일제는 강점 후 만 3년 4개월만인 1913년 12월 29일 조선총독부령 제111호로 전국적이고 대대적인 행정구역 개편안을 공포하고 1914년 4월 1일부로 시행하였다. 이때 전국은 기존의 330여 군이 220개 군으로 통합되었고, 오늘날 시city에 해당하는 부 12개로 재편되었다. 이때 한성부는 이름을 경성부로 바꾸고 경기도에 편입되었다. 경기도의 하위 행정단위로 격하시킨 것은 제국의 수도 도쿄東京가 있으므로 식민지 수도는 더 이상 수도가 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이뿐 아니라 한성부의 관할 구역을 크게 축소시켜 경성부의 영역을 도성 내부로 한정하고 그 외곽의 성저십리 구역은 고양군에 편입시켰다.

경기도에는 경성 외에 인천이 부였다. 개항기 이래 제물포를 중심으로 성장한 인천은 조선시대에 도호부정3품 지위에서 빠른 시간 내에 최고차 읍격이 되었다. 경기도는 두 개의 부와 함께 1914년 통폐합 결과 군이 20개로 축소되었다. 남양이 수원으로, 양지가 용인으로, 양천이 김포로, 교동이 강화로, 교하가 파주로, 풍덕이 개성으로, 영평이 포천으로, 적성과 마전이 연천으로, 양성과 죽산이 안성으로, 음죽이 여주로 병합되어 없어졌다. 이때 없어진 군을 흔히 구읍舊邑이라 부른다.

해방 후의 경기도

해방 후 경기도는 그 이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빈번한 영역 변동을 겪어왔다. 우선 1945년에 경성부가 서울시로 개칭하였고, 이듬해인 1946년에 서울특별시가 되면서 경기도에서 분리되었다. 인천은 1981년에 직할시가 되면서 역시 경기도에서 빠져나갔다. 경기도는 시의 승격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 지역이기도 하다. 수원이 일찍 1949년에 시로 승격하였으며, 이어서 의정부(1963.1.1.), 안양·성남·부천(1973.7.1.)이 산업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970년대에 광명·송탄·동두천(1981.7.1.), 구리·평택·안산·과천(1986.1.1.), 오산·시흥·군포·의왕·미금·하남(1989.1.1.)이 1980년대에 시가 되었으며, 1990년대에는 고양(1992.2.1.)이 시가 되었고, 1995년에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면서 미금시와 남양주군이 남양주시로(1.1), 송탄시·평택시와 평택군이 평택시로(5.10)로, 이른바 도농통합시가 되었다.

시의 승격은 서울의 인구가 정체되기 시작하는 1990년 중반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1996년에 파주군과 이천군, 용인군이(3.1), 1998년에 안성군과 김포군이(4.1), 2001년에 화성군과 광주군이(3.21), 2013년에 여주군이(9.23) 모두 통합시로 바뀌어 2018년 현재 28시 3군 체제로 편제되어 있다.


[그림 3] 해방직전의 경기도 (1945년)


참고자료
- 경기도메모리 http://memory.library.kr
- 육백년경기도 / 경기문화재단, 2014

글. 신정아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