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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세계 책의 날 기념 경기도 서평 공모 우수작 1
우수상 당선작 1

지난 5월 29일 제56회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하여 개최된 경기도 서평 공모 <내가 권하는 책>의 심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어린이를 포함한 경기도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대상을 확대하였는데, 그 결과 더 많은 도민 분들이 서평공모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72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하면서 독서독려의 의미가 더욱 더 고조되었던 서평공모전 이었습니다.

최우수상 수상자 없이 우수상 2명, 장려상 5명, 참가상 20명 등 총 27명이 수상하였는데 97호와 98호 뉴스레터를 통해 우수작 2편과 우수상 심사평을 함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서준식님의 당선작 <편의점 인간>의 서평과 심사위원님의 심사평입니다.

도서 제목 : 편의점 인간
저자 : 무라타 사야카, 출판사 : 살림
우수상 수상자 : 서준식
서평제목 : '나는 당당한 편의점 인간'
서평내용 

 

나는 고향 친구를 만날 때는 지병이 좀 있고 몸이 약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일하는 곳에서는 부모님이 병약해서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해두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게이코는 삼십 대 중반의 여성으로 18년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고 있다. 오랜만에 그녀를 만나는 친구들은 결혼은커녕 연애 경험도 없고, 직장에 취업하지 않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제멋대로 그녀를 동정하기도 하면서.

게이코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지?”

그럼, 설마 지금도 아르바이트?”

이상한 거 물어봐도 돼? 저어, 연애해본 적 있어?”

이런 편견어린 질문을 듣게 될 때마다 그녀는 위처럼 미리 만들어 놓은 변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녀의 가족들마저 그녀가 언젠간 고쳐져남들처럼 번듯하게 살기를 내심 바라는데, 가족이 아닌 타인이 그녀를 이해해줄 리 없다.

 게이코는 어린 시절 일련의 사건들로 자신이 다른 또래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사람들에게 비정상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자, 그녀는 보통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철저히 자기 자신을 감추고, 주위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누군가의 지시나, 따라 할 대상 없이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존재로 성장해버린다. 그러나 편의점의 점원으로 일하게 된 첫날에 그녀는 새로이 태어나게 된다. 편의점에서는 누구나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언제나 정해진 매뉴얼대로 행동하게 되어있다. 그렇게 편의점의 매뉴얼을 충실히 따르고, 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낸 그녀는 정상적인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녀가 번듯한직장을 얻을 삼십 대 중반의 나이가 되자, 그녀는 다시 한 번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 이물질과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게이코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자이 오사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인간 실격이 떠올랐다.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태생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런 인간들에게 무한한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그는 생존의 방법으로써 익살꾼이 되어 다른 사람들을 웃기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런 처절한 익살꾼 노릇에도 세상과 동화되지 못한 그는 점차 망가져 가고, 결국 스스로를 인간으로서 실격한 존재로 낙인을 찍게 된다.

 「인간 실격에서는 작가 스스로 부끄러운 삶을 살아온 데 대한 반성으로 실격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편의점 인간에서는 그녀가 정상인들에 의해, 타인에 의해 인간으로서 실격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 보면 그녀가 인간이 아니라, ‘이물질’, ‘동물이라고 일컬어지는 대목을 여러 번 마주칠 수 있다.

이 두 책의 주인공처럼, 남들과 다르거나 세상과 융화하지 못하는 인물들은 인간으로서 실격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번듯하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가, 왜 우리 모두는 번듯해지기 위해 몸부림쳐야만 하는 것일까? 저자는 작품 속에 이와 같은 질문들을 담아두어, 우리가 그 기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도 종종 남들과 다른 나, 혹은 정상이라는 기준에 못 미치는 것처럼 보이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주인공 게이코처럼 자기 스스로를 해명하고 있진 않은가? 이 책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보이기를 두려워하는 모습이 나의 마음속에도 일부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나의 처지를 변명해야만 했던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남들이 나를 평가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평가의 잣대를 들이댄 적은 없었는지. 제 멋대로 누군가를 동정한 적은 없었는지 반성하고 돌아보게 되었다.

편의점 인간은 무라타 사야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녀는 실제로 18년 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일본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였다.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력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통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더 이상 자기 변명할 필요 없이 당당해져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작가가 이 책을 썼다고 믿는다. 이 책을 통해 편의점 점원의 생생한 일상을, 그녀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보길 바란다.



우수상 심사평

1. 심사위원 : 공정자(안성시 중앙도서관 사서)

 

 서평은 도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로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을 것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사전 정보를 제공한다.

 <편의점 인간>에 대한 서평은 좋은 서평이 갖추어야 기준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우선 메시지 전달이 우수하여 책을 읽어보지 않고도 이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이해하도록 돕는다. 처음 부분에 책 속 주인공의 상황에 대한 글을 인용하고, 주인공 친구들의 질문들을 적절히 인용하여 주인공의 특징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서평자는 같은 주제 도서와의 비교를 통해 이 책을 이해하는데 부가적으로 설명을 적절히 제시하였다. <인간 실격><편의점 인간>의 주인공을 비교하며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의 사람을 판단하는 일면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책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외에도 작가의 소개와 <편의점 인간>의 문학상 수상여부도 함께 언급하며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서평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비정상적으로 보이기를 두려워하는 모습이 나의 마음속에도 일부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고... ...”와 같이 적절히 제시하였다. 또한 편의점 점원의 생생한 일상을, 그녀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길이라며 적절한 상황에서의 이용가능성도 제시한다.

 아쉬운 점은 작품에 대한 내용요약이 좀 긴 편에 속하고 이 작품 속에 등장인물 중 게이코에 대한 특성을 더욱 부각하기 위하여 시라하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서평의 후반부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작가에 대한 소개와 문학상 수상 글은 맨 마지막으로 언급했으면 서평의 전체적인 구성이 더 나았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서평 공모에 당선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 심사위원 : 유현미(평택시도서관장)

 서평은 사회적 글쓰기

 

 비평은 감상과 평가를 거쳐 가치판단에 도달하는 작업이다. 서평 또한 비평적 글쓰기로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공론화하게 된다. 이 서평은 도서에 대한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뿐만 아니라 작품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잘 짚어냈다는 점에서 우수작으로 선정하였다.
 

 우리 사회는 다름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 사회일까?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라는 말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다름을 틀림으로 차별하고 분리하는 일이 만연했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주인공 후루쿠라는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점 때문에 정상적인 인간으로 존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생존전략으로 편의점을 선택한다. 편의점에서는 누구나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언제나 정해진 매뉴얼대로 행동하게 되어 있기에 편의점의 매뉴얼을 충실히 따름으로써 그녀는 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가까스로 정상적인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지극히 비정상적인, 이물질 같은 존재가 편의점 직원으로서 규격화되자 비로소 세계의 부속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기묘한 사회 부조리극을 연상시킨다. 서평자는 후루쿠라를 통해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 실격의 요조를 떠올린다. 요조 또한, 태생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들에게 무한한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생존전략으로써 익살꾼이 됨으로써 사람들을 웃기는 존재로서 살아 간다. 그러나 처절한 익살꾼 노릇에도 세상과 동화되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를 인간으로서 실격한 존재로 낙인을 찍게 된다. 세상과 동화되지 못한 요조에게서 철저하게 편의점의 일부로 동화되어 가는 후루쿠라의 모습을 본 것이다. 책을 읽으며 서평자는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력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또 다른 모습을 지녔더라도 보통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더 이상 자기 변명할 필요 없이 당당해져도 괜찮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읽었다.
 

 다름을 배제하고 낙인찍는 대신 존중과 연대의 지평을 넓히고 소수자와 약자에게 손 내미는 작품이 많아지고 그 메시지를 공유하는 독자들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는 조금더 인간다운 사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
다음 호에는 두 번째 수상자의 서평과 심사평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