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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도서관

적어도 40대 이상 나이를 먹고,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녔던 분이라면 과거 도서관에 들어갈 때 50, 100원씩 입관료라는 것을 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1933년 제정된 경성부립도서관 사용조례에 관내 보통열람료 2전을 징수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볼 때 도서관 입관료는 이미 일제강점시기부터 이어져온 전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 입관료는 1992년에 와서야 비로소 완전히 폐지가 됩니다. 도서관 입관료 폐지는 단순히 도서관 이용자의 금전적인 부담을 덜어준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도서관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민주사회에서 도서관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도서관에서 보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꺼내 볼 수도 없었습니다. ‘폐가제라고 하여 원하는 책이 있으면 도서관 직원에게 따로 신청을 하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직원이 책을 서고에서 가져오면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책을 도서관 안에서 열람하는 것 말고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있는 관외대출이 허용된 것은 또 그 이후의 일입니다. 물론 지금도 책이 너무 많아 펼쳐놓을 공간이 없어서 부득이 보존 서고를 운영하는 경우는 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자유롭게 책장에서 책을 꺼내 볼 수 있다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 였습니다.

지금이야 너무나도 당연하게 도서관을 무료로 드나들고, 원하는 책을 꺼내 볼 수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동안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만들기 위한 여러 사람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최근 한국도서관협회에서 오늘의 도서관이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공공도서관 개혁운동을 이끌었던 대한도서관연구회가 당시 격월간으로 발간한 간행물 <<오늘의 도서관>>의 영인본입니다. 참고로 영인본은 원본을 사진 촬영하여 복제한 책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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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도서관연구회를 설명하기 전에 연구회를 설립한 엄대섭 선생님을 먼저 소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엄대섭 선생님은 1921년생으로 1951년 자신의 책 3천 여 권으로 울산에 사립 공공도서관을 열었습니다. 이후 1955년 한국도서관협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농어촌 책보내기 운동을 시작하였으며, 1961마을문고보급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마을문고 설치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첫해 26개 이던 마을문고는 19743만개를 넘어섰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80년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습니다. 엄대섭 선생님은 이 때 받은 상금과 사비를 털어 대한도서관연구회를 조직하고 도서관 입관료 폐지와 도서관 개가제 전환, 기타 낙후된 도서관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활동을 열정적으로 펼쳐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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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도서관>>198412월 창간된 이후 2년 남짓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발간되었지만 우리나라 도서관계에 끼친 파급력은 적지 않습니다. 당시 전국에 도서관이 150여 개관에 불과했지만 6천부에서 1만부 가량을 발간하여 전국의 도서관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언론, 행정, 입력 기관에 배포하여 도서관이 당면한 문제를 온 사회에 알려나갔습니다. 그냥 우편으로 보내면 뜯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직접 일일이 기관을 방문하여 전달할 정도로 정성을 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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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도서관>>을 통해 대한도서관연구회가 다루었던 일들을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도서관 입관료 폐지와 도서관 개가제 전환뿐만 아니라 부족한 도서관 인프라를 보완하기 위한 자동차 도서관(지금의 이동도서관) 도입을 주장하였고, 지금까지도 도서관이 안고 있는 도서관의 공부방 기능 탈피와 도서관 행정 체계 이원화 문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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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 처음으로 현암도서관이 완전 금연에 성공하였다는 소식이나, 1985811KBS 추적 60공공도서관의 현주소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던 일, 1986년 대통령이 새해 시정 연설에서 정부는 현재 선진국에 비해서 매우 부족한 도서관 시설을 획기적으로 확충하여 국민이 책을 읽고 사색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힘써 나갈 것이다라고 언급한 것 등 도서관 역사에 있어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소소한 재미입니다.

책 말미에 실린 당시 연구회 활동을 함께 했던 이용남 한성대 명예교수와 정선애 관악문화관도서관 사서의 대담을 통해 엄대섭 선생님의 열정과 당시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 하던 선배 사서들의 숨은 이야기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 운동가 엄대섭 선생님에 대해 보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엄대섭 선생님 평전 이런 사람 있었네”(이용남, 한국도서관협회)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다른 잡지이지만 같은 이름이으로 소식지를 발간해 오고 있습니다.(https://blog.naver.com/todayslibrary)

오는 4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간은 제55회 도서관주간입니다. 도서관 주간을 맞아 오늘의 도서관을 만드는데 한평생 헌신한 엄대섭 선생님과 대한도서관연구회의 활동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 가져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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