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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22조에는 출판사가 판매를 목적으로 간행물을 발행할 때에는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을 정하여 해당 간행물에 표시하여야 하며,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이를 정가대로 판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도서정가제를 규정한 법조항으로 책값의 과열 인하 경쟁에 따른 학술·문예 분야의 고급서적 출간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대로 팔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입니다.

 

20032월 처음 시행되었는데 당시에는 온라인서점에 한해 출간 1년 이내 서적을 인간으로 분류해 최대 10% 가격 할인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출간 1년이 넘은 책들은 할인 폭을 서점에서 마음대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2007년 신간 서적 기준이 18개월로 확대되었다가 201411, 발간일에 상관없이 모든 도서 정가의 10% 가격 할인과 간접할인 5%를 허용하는 수준으로 개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도서정가제로 인해 출판시장이 침체되고 독서량이 감소하고 있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좋은 책을 골라주는 개성 있는 소규모 서점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으며, 출판사와 도서 발행 종수가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9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출판문화생태계 발전을 위한 도서정가제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도서정가제 유지 및 개정을 위한 연구결과 발표와 여론 수렴을 위하여 노웅래, 우상호 신동근, 소병훈, 박인숙, 이동섭 의원실에서 주최하였으며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연구소가 주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후원하였습니다. 이번호에서는 이날 토론회 자료집에 수록된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소개합니다.




 

이날 주제발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연구용역으로 한국출판연구소에서 진행중인 <개정 도서정가제 영향 평가 및 개선 방안 연구>의 중간 발표 성격으로 책임연구자인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대표가 맡았습니다.

 

이번 연구는 도서정가제 시행을 전후한 산업지표 분석과 저자, 출판사, 서점, 도서관, 책 구매자 등 출판 생태계 다양한 구성원에 대한 설문조사와 면담, 관련 전문 협의회에서 논의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먼저 도서정가제 이후 주요 출판 산업의 추이를 살펴보면 출판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035,626개 대비 201970,135개로 두 배 가까지 증가 하였으며, 발행종수도 201467,062종에서 201881,890종으로 늘어났습니다.

 

도서 평균 가격은 201012,820원에서 201816,347원으로 증가하였지만 전체 물가상승율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은 수준입니다. 오프라인 서점 수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독립서점이 201597개에서 2018416개로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설문조사결과에서는 현행 도서정가제에 대해 저자, 서점은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전자책사업자와 출판사는 부정적으로 답변했습니다. 동일 도서 전국 균일가 판매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전자책 사업자를 제외한 모든 그룹에서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도서관에 관한 조사 결과에서는 2014년 이전과 비교하여 대부분 장서구입량이 비슷하거나 감소하였다고 답했는데 공공도서관의 경우 평균 16.2%가 감소한 것으로 응답했습니다.

 

향후 개정방향에 대한 조사에서는 저자, 출판사, 서점의 경우 할인율을 축소해야 한다는 반면, 전자책 사업자, 도서관, 도서구매자는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발행 후 1년이 지난도서에 대한 할인판매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서점만 반대 의견이 많았고 다른 그룹은 모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서정가제 위반에 대한 제재 강화 여부에 대해서도 대부분 찬성하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에서는 8가지 개정안을 제언하고 있습니다. 핵심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법정 가격 할인은 허용하지 않되 도서 정가의 5% 이내 경제상의 이익은 허용하도록 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다만 도서관 등 공공 구매자에게 도서를 판매할 경우에는 경제상의 이익 제공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하였습니다.

 

현행 재정가 기한인 18개월을 12개월로 축소하여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하였으며 전자책의 경우 판매가 아닌 대여나 정기구독 방식은 도서정가제 적용 범위에서 제외하도록 했습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기업형 중고 서점에 대한 제재 방안으로 발행 1년 이내 도서는 매매를 제한하도록 한 것도 눈에 띕니다.

 

발표에 이어 출판생태계의 다양한 주체들을 대표하여 11명의 토론자가 나섰습니다. 정우영 시인은 중고대형서점의 문제를 지적하며 중고책을 판매하는 경우에도 작가에게 저작권료가 지급되어야 하며, 도서관 확충과 대출서비스로 인한 책 판매 감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대출보상권에 관한 논의가 공론화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박용수 상무이사는 웹소설, 웹툰과 관련하여 대형 포탈사이트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문제가 개선되어야 하며, 대형서점이 주도하는 전자책 월정액 서비스가 도서정가제를 위협하고 있어 제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국출판인회의 박성경 유통정책위원장은 완전한 도서정가제 시행과, 변칙 할인 행위 규제, 전자책 도서정가제 적용, 탈법에 대한 규제 강화를 제안했습니다. 전자책 업계를 대표하여 참가한 이동진 리디주식회사 사업본부장은 도서정가제의 취지는 동감하지만 전자책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이종복 회장은 출판문화 생태계 발전을 위해 완전한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데 반해 최세라 예스24 본부장은 도서정가제가 오히려 출판시장을 위축했을 뿐 소비자들의 후생도 좋아졌다는 데이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위반시 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도서관분야에서는 한국도서관협회 이용훈 사무총장이 참여하여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도서관도 도서정가제를 포함한 출판/독서 생태계의 건전한 유지, 발전에 의미 있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데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이지만 도서구입비 확충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제언하였습니다. 또 도서관 실무에 혼선을 유발하는 경제상 이익 제공에 대한 기준과 지역 서점 의무 구입 등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해결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연구진에서는 향후 합리적인 의견과 논의 결과를 연구에 반영하여 최종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작하여 제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출판 시장과 독서문화를 활성화 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좋은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길 기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