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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와 도서관, 그리고 그 이후


. 이용훈(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 도서관문화비평가)

 

20201월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처음 확진자를 확인하고 집계를 시작한 날이 13. 처음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염자를 잘 차단하면 어렵지 않게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지 않았나싶다. 그러나 사태는 우리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날로부터 3개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그동안의 모든 일상을 잃어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세상과 이후의 세상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일단 가장 안전하면서도 즉각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도서관서비스는 전자책이나 오디오 북 등 전자형태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4월중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공도서관(1,141개관) 가운데 휴관(1,109개관) 중이지만 대체서비스를 제공하는 있는 도서관은 76.9%877개관이었다. 대출 서비스 (스마트도서관, 드라이브스루, 도서배달, 예약대출, 지역서점 희망도서 대출 등을 모두 포함)를 제공하는 도서관이 디지털도서관(전자책, 온라인 콘텐츠, 오디오북, 녹음도서 등 포함)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서관보다 조금 많았다. 그동안 전자자원 서비스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지금 같은 상황에 직면하다보니 즉각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도서관에서의 전자자원 서비스 확대는 크게 주목받을 것이 분명하다.


     


도서관 휴관이 길어지면서 다시 책이나 자료 대출이나 반납 서비스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여러 도서관들은 휴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시민들의 도서관 서비스 요구에 맞추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과연 이러한 상황을 맞아 어떤 기준으로 어떤 의사결정을 거쳐 도서관 휴관여부를 결정할 것인지, 휴관한 상태에서는 어떻게 인력을 운용하고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유지하거나 추가할 것인지 등등에 대해 명확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 맞는 사태이니 사전에 준비를 못했더라고 최대한 빨리 누군가 명확한 대처방안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대부분 공공 부문에 속한 우리나라 도서관들 성격상 아무래도 공식적인 권위와 역량을 가진 기관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전국적인 재난 상황에서 과연 누가 어떤 방식으로 도서관 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인지에 명확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완전히 종식될지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최선을 다해 모두가 협심해 최대한 빨리 코로나19를 이겨내야 한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많은 사람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이전과 같은 일상이나 삶의 방식, 사회제도 등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코라나19 이후 도서관은 앞으로 어떻게 존립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 당장 이러한 고민과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전과 전혀 다른 시대, 사람들에게 적합한 도서관 서비스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사서들은 어떻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해 보일 것인가? 누가 이러한 고민과 논의를 조직하고 이끌어 갈 도서관 부문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할까? 앞으로 우리가 더욱 강조해야 할 정보자원이나 기술은 무엇인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사회적 자원 확보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등등.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우려했던 각종 사회적 격차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 디지털 시대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번 사태는 더욱 심각한 피해를 주었다. 그런데 정작 그들은 품어야 하는 우리 도서관들은 제대로 역할을 하기 어려웠다. 사회적으로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상황에서 앞으로 도서관은 사람들이 사회적이거나 경제적, 기술적 격차를 극복하도록 돕는데 어떻게 도서관과 사서의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검토할 것은 디지털 콘텐츠를 충실히 확보하는 것과 함께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도서관과 사서는 대면서비스와 비대면 서비스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시대의 기술과 방식을 적극 활용해서 새로운 이용자 확보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이용자 개인정보보호 와 이용편리성 증대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대규모 재난을 대처하는데 이어 명확하고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서 많은 가짜 뉴스가 돌아다니며 피해를 입혔고,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적절하게 확보하고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시민들도 적지 않다. 가짜뉴스나 정보를 걸러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도서관과 사서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기위해서 도서관은 다양한 전문분야와 협력하고 연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저작권 문제를 유효하게 해결하는 것이 도서관 서비스 유지와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 앞으로 출판과 저작자 부문과 일정적인 대화와 협의, 협력체계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할 부분이다. 전 지구적이고 세계적인 전염병 유행과 같은 재난에 대처하는 인류의 연대와 공동대응을 돕기 위해서는 도서관들도 세계적인 네트워크 구축과 실질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끝으로 우리 도서관들은 지역과 사회, 국가, 나아가 전 세계적인 기억을 수집하고 기록하고 보존해 후대로 이어줄 책무가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도 각자 자기 지역이나 기관에서의 기억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것과 함께 국가적 차원에서도 그러한 노력을 해야 한다.

 

위기는 기회일 수도 있다. 위기 국면에 우리 자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확인해볼 수 도 있었다면 다행이다. 그동안 우리가 제대로 된 비전과 적정한 활동을 해 온 것일까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야한다. 느닷없이 큰 재난에 맞닥뜨려 처음에는 당황했기도 했지만, 우리는 그동안 축척해온 역량과 의지, 협력과 헌신으로 분명 재난을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곧 코로나19 상황이 전정되면 우리는 분명 지금과는 다른 생각과 방식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세상을 살게 될 것이다. 그때에도 도서관과 사서는 사람과 사회에 분명한 도움을 주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존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는 우리 스스로의 결단과 실천 의지에 달려있다. 새로운 상상과 비전을 세워 코로나 19이후의 시대를 잘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함께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 본 기사는 저자인 이용훈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의 허락을 받고 도서관문화(한국도서관협회 발간) 20203+4월호에 실린 글을 짧게 요약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