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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서중독자들

도서관에서 일하다 보니 도서관이나 독서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 책을 보면 유난히 반갑습니다. 이미 오래된 영화이긴 하나 재난영화인 투모로우에서는 추위를 피해 도서관에 모인 사람들이 등장하고, “로렌조 오일에서는 도서관의 의학서적과 논문을 읽어가며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쇼생크 탈출에는 교도소 도서관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이자 영화로도 만들어진 장미의 이름에서는 도서관과 금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조사합니다.

최근에는 책 읽는 사람들을 다룬 웹툰이 등장하여 화제입니다. “익명의 독서중독자들”(이창현 글, 유희 그림)이라는 제목의 웹툰입니다. 경찰이 범죄조직에 잠입하여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홍콩영화 무간도를 패러디한 독서클럽에 모인 사람들의 기상천외한(?) 이야기입니다만 의외로 독서와 도서관 이용에 관한 매우 유용한 지식을 전달합니다. 이를테면 책날개에 적힌 “‘저자소개보다 역자 소개가 긴 책은 재고의 여지없이 무시한다라던가, 목차를 보고 전체적인 구성이나 전개 방식을 평가 하는 방법,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읽으려 하지 말고 목차에서 흥미를 끄는 제목이 보이면 해당 부분을 먼저 읽는다던지 하는 다양한 독서 방법을 소개합니다. 중간 중간 여러 책에서 인용한 책이나 독서에 관한 문구들도 인상적입니다.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특히 도서관이 근처에 없다는 불평에 이사를 가. 인간이 살 곳이 아니야!”라고 소리치는 부분은 통쾌하기까지 합니다.

이 웹툰은 강유원 선생님의 인문고전강의를 모티브로 했다고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웹툰에 익숙지 않은 독자를 위하여 조만간 단행본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