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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과 공부방

과거 일제가 도서관 경영을 학생에 대상을 두고 유지 발전시킨 실적에 비추어 볼 때 도서관에 대한 일반적 견해가 일제 강점기의 잘못된 습관과 과오로 인해 발생되어 해방 후까지 존속되고, 성인 교육의 도장인 도서관의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게 할 만큼 학생들의 이용이 많았다” <조선연감, 1947, 213>


지난 128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공공도서관 정책의 진단과 개선방안-개인학습공간을 넘어 시민이 탄생하는 제3의 공간으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안민석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와 경기도사서협의회, 서울시공공도서관협의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토론회였습니다.

앞서 인용한 글은 이날 발제를 맡은 명지대학교 권나현 교수님의 발표 자료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일제는 19193.1운동 이후 무력만으로 한국을 지배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문화정치를 시행하며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근대적인 형태의 공공도서관을 설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도서관을 시민의 알권리와 계속 교육을 지원하는 사회적 장치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 독서실 또는 학생들의 공부방으로 만들어버려 해방 이후에도 도서관이 본연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당시의 현실을 한탄하고 있습니다. 무려 70년 전 이야기입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하지만 아직도 많은 공공도서관은 개인 학습 공간이 전체 공간의 상당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개인 공부방이 없는 도서관은 전체 도서관 가운데 22.3%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일제 강점기부터 이어져온 도서관=공부방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는 듯합니다.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2011년에서 2015년 사이에 개관한 도서관 가운데 일반열람실이 없는 도서관이 43.3%까지 증가하였습니다. 2년마다 한 번씩 실시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도 공공도서관 이용 목적 가운데 독서나 자료 이용은 증가하고 있는 반면 시험공부를 위한 이용은 감소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 대한 요구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도서관을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표현한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도서열람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과 공연이 열리고 메이커 스페이스를 조성하여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개인의 학습 방법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책장 넘기는 소리조차 부담스러운 조용한 공간에서 벗어나 카페와 같이 적당한 소음이 있고 세련된 공간을 선호하는가 하면 여럿이 함께 자유롭게 대화하며 과제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공공도서관은 아니지만 서울 중심부 쇼핑몰 한가운데 위치한 별마당 도서관같은 경우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학교 시험공부뿐만 아니라 미취업자와 조기 퇴직자가 늘면서 취업 준비 등을 위한 개인 학습 공간의 요구는 계속 될 것입니다. 토론회에서도 논의된 바와 같이 개인 학습 공간 지원을 단순히 도서관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해결하려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대안 공간을 조성하고 타부처·기관들이 상호 협력 하에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모두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도서관 공간을 보다 새롭게 가꾸고 도서관 본연의 기능을 넓혀 나가기 위한 고민 또한 함께 뒷받침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