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타이틀

4월 27일. 역사적인 남과 북의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또 한 번의 세기의 이벤트가 될 북미회담을 앞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하루하루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지만 이런 모든 일련의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며 결국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https://www.flickr.com/photos/koreanet/39927943230>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하여 도서관계에서도 발 빠르게 ‘판문점선언’을 적극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한국도서관협회는 ‘판문점 선언’을 지지합니다.”라는 성명서에서는 ‘모든 도서관계는 민족화해와 평화체제 항구적 정착을 위한 민간 교류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하며 향후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성명서에는 과거 남북한 도서관간 교류를 위한 노력들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에는 일본도서관협회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남북한 도서관협회 대표가 첫 만남을 갖고 남북도서관 학술정보 교류 방안을 모색한바 있고, 2006년 서울에서 있은 세계도서관정보대회를 앞두고 도서관계 대표 인사들이 평양을 방문하여 참석을 요청한바 있습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을 중심으로 김일성종합대학 과학도서관 현대화 사업을 추진한 바도 있습니다.


2000년 일본도서관대회시 남북한, 일본도서관 대표단체 사진
<https://www.archdaily.com/390181/helsinki-central-library-winning-proposal-ala-architects>

이미 뉴스레터를 통해 한번 소개 한바 있습니다만 2013년에는 “도서관에서 시작하는 한반도 문화통일”이라는 주제로 국립중앙도서관 68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탈북장애인보호협회 김선희 사무국장이 나와 “북한 도서관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발표했는데 여기는 북한의 국립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는 인민대학습당과 북한 도서관의 역사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초기 혁명 활동 시절 길림 육문중학교에 도서관주임으로 임명되어 활동한 경력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항일투쟁 시기에는 ‘행군도서관’이란 것을 만들어 항일유격대원들이 책읽기를 생활화 하도록 이끌었다는 이야기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통일을 대비한 남북한 도서관의 협력과 준비”를 주제로 발표를 한 송승섭 당시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장(현 명지대학교 교수)은 북한도서관에 대한 보다 상세한 현황을 자료집에 수록하고 있습니다. 1992년 북한방송 보도에서 전국에 컴퓨터와 VTR, VCR 등 현대적 장비를 갖춘 15,000여개의 도서관과 독서실을 갖추고 있다고 보도한바 있으나 북한의 사회구조적 성격이나 경제적 사정을 감안하면 과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하지만 1982년 개관한 연건평 10만㎡, 건축면적 23,000㎡, 높이 64m로 단일 건물로서 세계 최대라고 할 수 있는 “인민대학습당”의 위용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인민대학습당은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코스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평양 인민대학습당 전경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36888&cid=46629&categoryId=46629>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신 송승섭 교수님은 북한도서관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해오셨는데 2008년 한국도서관협회에서 발간한 “북한도서관의 이해”라는 책에는 북한도서관의 역사와 사상, 도서관 운영 체계와 현황, 인민대학습당과 과학기술정보시스템, 학술정보 유통, 도서관 건축, 법령 등 북한도서관 전반에 관한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북한 도서관에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학술과 문화 분야의 교류가 확대되면 분명히 도서관 분야에서의 교류도 이루어 질 것입니다. 특히 그 나라가 갖고 있는 생활과 문화, 동시대 사람들의 생각을 가장 구체적으로 담고 있고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책이라는 매체다 보니 70여년 가까이 떨어져 있던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도서관만큼 좋은 것이 없을 것입니다. 언젠가 수원의 도서관 대출증 하나로 평양 도서관의 책을 빌릴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