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타이틀

사실 “우리나라 최초의 도서관”이란 타이틀의 기사를 2년 전인 2016년 7월호 뉴스레터 특집으로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백린 선생님이 쓰신 『한국도서관사연구』(한국도서관협회, 1969)라는 책에 나온 내용들을 근거로 “도서관”이란 명칭의 유래와 최초의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는 몇몇 도서관을 소개해 드린바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공공도서관 규명에 관한 연구”(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제49권 제2호. 2018)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연구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일본홍도회도서실을 중심으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논문은 명지대학교 김영석 교수님과 부산대학교 이용재 교수님이 공동으로 집필하셨습니다.

이전 뉴스레터 기사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우리나라 최초의 도서관을 단정적으로 말하기 모호한 부분이 있습니다. 1901년 일본인들이 만든 <홍도회도서실>(또는 부산도서관, 부산도서구락부, 홍도회도서관 등으로 지칭), 1906년 설립을 추진하며 처음으로 도서관이란 명칭을 사용했지만 결국 개관을 하지 못한 <대한도서관>, 같은 해 평양에 만들어진 <대동서관>이 “최초”라는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시기적으로 가장 앞서다 보니 여러 도서관사 연구에서 <홍도회도서실>을 최초의 도서관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위에 소개한 논문에서는 이런 인식이 제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일본인에 의해 건립되었다는 점, 서비스 대상이 일본인에 한정되었다는 점, 소장 자료가 모두 일서였다는 점, 일본의 군국주의를 지지하는 단체가 운영한 시설이라는 점을 들어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역사적 사실은 그 사실에 근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상황 즉, 정치·사회적인 상황과 연계하여 해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초의 도서관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앞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을 것입니다. ‘최초의 도서관이 과연 어디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논문을 보면서 각 지역에서 “우리 동네 최초의 도서관은 어디인가?”, “우리 동네 최초의 도서관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하는 주제를 갖고 함께 고민해 보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한 결과를 책으로 묶어 놓으면 훌륭한 도서관사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친절하게도 올해 3월 한국도서관협회에서 『도서관사를 써봅시다』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도서관의 발자취를 어떻게 기록하고 남길 것인가?”를 다룬 책입니다.

미리미리 더 늦지 않게 지역 도서관의 구성원들이 논의하고 기록으로 남겨 놓으면 후세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서나 그 이용하는 시민들이 도서관에 보다 더 많은 애정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