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콘텐츠 타이틀

지역과 기억, 가치와 소통
경기옛길 이야기

최근 지역과 공간, 장소에 대한 생각이 물리적인 구조에서 장소가 지닌 다양한 문화적 가치의 관점으로 옮겨가게 되며 지역발전과 문화유산 보존 방법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제작문화’를 동력으로 경기도의 낙후된 지역에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창출하는 ‘창생공간’사업이나 경기북부지역의 숨겨진 기억들과 이야기를 발굴하여 이를 기록화 하는 마을조사사업 등은 지역과 장소가 지도상 어딘가에 위치해 있는 정적인 ‘그곳’이 아닌 기억이나 문화적 감성 등을 통해 어디서나 지역과 상호소통이 가능한 ‘이곳’이 가능하게끔 합니다.

이달에 소개해 드릴 ‘경기옛길’은 지역사업을 통해 지역과 기억, 그리고 가치와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옛길’ 사업은 ‘경기옛길 도보탐방 프로그램’을 제작, 연계시켜 새로운 문화적 가치와 기억, 역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옛길의 역사
우리나라의 옛길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삼국시대에는 통치의 목적으로 지역과 지역 간의 교통로를 개척하고 영토 확장전을 치르면서 교통로를 확장하게 됩니다. 불교국가인 고려시대에는 궁궐과 사찰을 잇는 도로가 매우 잘 조성되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며 왕릉 참배를 위한 도로 조성이 있었습니다. 조선은 『주례』에 근거하여 좌묘우사(左願右社), 전묘후시(前願後市), 삼문삼조(三門三朝)에 입각한 원리에 따라 도성공사를 시작하며 태조 3년, 정도전에게 한양의 도로 터를 정하게 하였습니다. 조선후기에는 도로에 대한 관심이 민간으로 확장됨에 따라 실학자들에 의해 지리 관련 서적이 많이 나타나며 한양과 지방을 잇는 간선도로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기옛길 이야기 – 의주길, 삼남길, 영남길
조선시대 경기도를 지나는 주요도로는 크게 6개로 의주로, 경흥로, 평해로, 영남로, 삼남로, 강화로가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이 중 2012년부터 2015년에 걸쳐 각각 조성, 개통된 삼남길, 의주길, 영남길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경기옛길>
출처: 경기옛길 웹사이트, https://ggoldroad.ggcf.or.kr

의주길은 조선시대 주요 간선로 중 가장 중요한 도로 중 하나이며 총 연장 약 1,080리 (약424km)의 교통·통신로였습니다. 경기도, 황해도, 평안도에 걸쳐 있고 주요 지선은 30개입니다. 이 길은 중국으로 통하던 중요한 육상통로로서 사신들의 내왕이 잦았습니다. 그렇기에 연행과 사신, 역관은 의주길에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입니다. 유명한 용미리 마애불상, 봉일천장의 암행어사 홍낙유, 의주길의 밥할머니, 율곡마을의 나도밤나무 등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의주길의 이야기입니다. 의주길은 현재 고양, 파주구간(벽제관길과 고양관청길, 쌍미륵길과 파주고을길, 임진나루길)이 개통되어 이용하고 있으며 의주길은 통일에 대한 염원과 세계를 향한 꿈이 간직되어 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달래네 고개 올라가는 길, 성남시 금토동>
출처: 경기옛길 이야기 책, 68p

영남길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큰 길입니다. 전체길이가 약 960리(약 377km)에 달하여 흔히 천리길이라 불렸습니다. 영남길의 역사는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영남길에는 많은 역사가 담겨있습니다. 영남길은 과거를 위해 한양으로 올라가던 선비들이 자주 이용하던 길이라 과거길, 혹은 벼슬길이라 불렸으며 조선과 일본의 사신들이 왕래하던 사행로여서 일본과의 문화교류와 물류의 유통이 이뤄지기도 하였습니다. 영남길은 임진왜란때 왜군의 주요 진격로로 왜군의 고니시 군대는 18일 만에 영남길을 돌파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외에도 영남길에는 안성시 일죽면 장암리의 바위 이야기들, 영남길 주변 마을에서 듣는 6.25의 기억들, 병인박해의 현장인 죽산성지, 영남길의 우마차 등 다양한 삶의 기억과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삼남길에 남아있는 수인선 철도 일부>
출처: 지지씨(ggc), http://ggc.ggcf.kr/#/p/5b4f6886dca6f36941567ea3

삼남길은 한양에서 제주까지 이어지는 다섯 번째 길로 조선의 주요 곡창지대인 충청, 전라, 경상 삼도의 주요 지역을 모두 연결해야 했기에 갈라지는 지선(支線)이 상당히 많은 도로입니다. 삼남길은 역사 속에 수많은 인물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화성행차로 인해 조선 역대 왕 중 삼남길을 가장 많이 이용한 정조임금, 삼남길을 이용하여 조선 수군의 사령관으로 부임한 이순신 장군, 한양에서 제주로 가는 유배형의 주요 경로로서 송시열, 광해군, 추사 김정희 등은 삼남길을 통해 제주도로 향했습니다. 이외에도 수원이 갈비로 유명해진 이유, 조선시대 정승 맹사성과의 야자타임, 독립운동에 바친 경주 이씨 이야기 등 삼남길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경기옛길에 관한 다양한 자료는 경기도메모리에서 원문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경기도메모리 [https://memory.library.kr]
- 『경기옛길 이야기 책』,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재연구원, 2017
- 『경기옛길』,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2017
- 『2016 경기옛길 학술대회, 역사문화탐방로의 현재와 미래적 가치』, 경기학연구센터, 2016
- 『삼남길 ·의주길 연구』, 경기도, 2014
- 『경기도 옛길 ; 고증∙활용을 위한 토론회 자료집』,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2013

* 참고사이트
- 경기옛길 : https://ggoldroad.ggcf.or.kr

글. 장현주(경기도사이버도서관 기록연구사)